일러스트=이철원 기자
그는 수시로 넘어지는 연습을 한다. 노년기 낙상은 골절로 이어지기 쉽다. 엉덩방아를 찧으면 척추와 넓적다리뼈 골절이 오고, 손을 쭉 뻗은 채 바닥을 짚으면 손목 골절이 잘 생긴다. 그래서 그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우리 몸에서 가장 두툼한 엉덩이 근육을 이용해 비스듬히 넘어지는 훈련을 한다. 유도 낙법 하듯 말이다. 팔꿈치를 90도로 꺾어 팔 아래 전체로 바닥을 짚는 연습도 한다.
그는 요즘도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지 않고 계단을 오른다. 매일 일기를 쓰고, 하루 3시간씩 독서를 한다. 지금까지 쓴 책은 250여권이나 된다. 그가 이사장으로 있는 도쿄의 세인트 루크(Luke) 병원 선물 코너에 가면 온통 그의 저서이다. 병원 홍보에 그만한 인물이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수록 세월이 빨리 간다고 말한다. 요즘 벌써 연말이 다가왔느냐고 한탄하는 이도 많을 것이다. 그런 현상에 대해서는 여러 분석이 있다. 우선은 새로운 경험이 적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학교에 처음 들어갈 때의 어색함, 첫사랑을 할 때의 설렘, 입사(入社) 첫날의 긴장감 등의 다양한 첫 경험은 너무나 강렬하여 기억과 저장 과정이 길다. 그때는 사소한 변화도 민감하게 느끼기 때문에 시간이 길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첫 체험보다 익숙함이 많아진다. 이 때문에 하루는 길고, 1년은 짧다. 추억의 이벤트가 줄면서 세월이 금세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낯선 곳에 여행 갔을 때 처음에는 시간이 길게 느껴지다가 후반은 빨리 지나가는 것과 같다. 나이에 따라 시간의 볼륨이 다르다는 지적도 있다. 20세의 1년은 지나온 삶의 5%이지만, 50세의 1년은 2%가 된다는 얘기다.
삶을 좀 알 만한 나이가 되면 세월을 다소 천천히 가게 할 수는 없을까. 방법은 두 가지로 압축된다. 기다림을 많이 만드는 것이다. 어린 시절 소풍 날은 "몇 밤 남았느냐?"고 셀 정도로 천천히 온다. 제대 말년 병장의 한 달은 1년처럼 길다. 기다림이 있으면 세월은 더디기 마련이다. 생활의 속도를 올리는 것도 방법이다. 천천히 흐르는 강물 옆에서 걸을 때, 유속(流速)보다 천천히 걸으면 강물은 빠르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보다 빨리 걸으면 강물이 느리게 흐르는 것처럼 보이는 원리다.
히노하라 박사의 수첩에는 각종 스케줄이 3년 후까지 잡혀 있다. 지금도 음악과 문학 등 새로운 배움에 몰두한다. 그는 인간의 유전자는 3만6000개인데 죽을 때까지 한 번도 활용하지 못하는 게 있으면 아깝지 않으냐고 말한다. 인생의 후반으로 갈수록 생활의 보폭은 준다. 하지만 잰걸음으로 살면, 세월이 천천히 따라온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생명은 우리 몸에 있는 게 아니라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에 있다는 것이 102세 의사가 전하는 메시지이다.
역자: 이 기사는 조선일보 의학전문 김철중 기자의 칼럼입니다. 인간의 나이가 자기가 관리하기에 따라 어떻게 달라질수 있는가에 대한 의미깊은 내용으로 우리 동기들 모두 한번 읽었으면 해서 올립니다.